무협의 경지는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삼류, 이류, 일류에서 시작하여 절정-초절정-화경-현경-생사경으로 이어지는 경지가 있습니다. 한국 무협에서 한 획을 그은 묵향에서 나타난 경지인데요. 수많은 무협지들이 이 설정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화경 다음에 생사지경이라든지, 선인지경이라든지 많은 경지를 창안합니다.
사실 경지라는 것은 로우 무협이냐, 하이 파워 무협이냐.
그것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검을 다루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경지가 또 다를 수도 있으며, 육신의 경지 또한 표현 방식이 많습니다. 애초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창작물의 세계관이라 작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삼, 이, 일류의 경지가 있으니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경지 설정을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경지에서 사용되는 필수 용어를 설명하겠습니다.
경지에서 알아야 할 단어
검기劍氣
내공을 모아 기를 발현하는 기술. 내공심법을 익혀 단전을 익히는 것도 어렵지만, 세맥을 타고 검에 내공을 담는 건 더더욱 어렵다.
검강劍罡
검기의 발전 단계. 검기가 단순히 1cm 정도의 기운을 검 끝에 발현하는 거라면, 검강은 그보다 더 길면서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설정마다 다르지만 검기를 수십 번 압축하여 단단하게 고정한 것이 검강이라 표현할 때도 있다.
무협에서 흔히 차용되는 경지
1.삼류三流
삼류는 말 그대로 무림에 막 입문한 존재를 일컫는 경지입니다. 삼류는 흔히 소설에서 엑스트라로 취급받는 갓 병장기를 쥔 뜨내기를 뜻합니다. 파락호 정도의 수준을 삼류라고 하고, 삼류에서도 급이 나뉘기도 하지만 보통 육신의 체급에 따라 나뉘기도 합니다. 무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경지입니다.
2.이류二流
이류부터는 그마나 무공을 익혔다고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내공심법을 익혔으나 그 내공심법을 이용하여 행동에 적용할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초식의 형을 익혀 어느 정도는 따라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른 자들을 보통 이류라 칭합니다. 무공을 배웠으나 겉핡기로 배운 수준이라 생각하면 편합니다.
3.일류一流
일류부터는 제대로 무공을 익히고, 제대로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흔히 무림인이라 불리는 단계입니다. 저들은 어딜 가나 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흔히 말하는 검기상인(劒氣傷人)의 경지에 올라 검에 기를 품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즉, 내공을 어느 정도 자신의 뜻대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절정絕頂
보통 무협에서 절정이라 하면 중소문파의 장문인 수준까지 올라온 수준입니다. 일류의 고수가 무림 어딜 가든 대접을 받는다고 하면, 절정 수준의 고수가 낭인이라면 어떤 문파에서든 모셔가려고 안달이 난 수준이라 보면 됩니다. 흔히 언급되는 강호백대고수(강호에서 이름난 백 명의 고수)에 포함되는 수준이기도 하며, 세계관에 따라 다르지만 완벽한 검기(劒氣)를 구현할 수 있는 경지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절정의 경지는 명문 거파에서 장로급 인사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만큼 무림 세계관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파워인플레가 일어난 무협 세계관에서는 흔한 삼류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말지만, 그전까지는 확실한 위엄을 보여주는 경지 단계입니다.
5.초절정超絕頂
초절정부터는 초인의 입문 단계라 생각하면 편합니다. 절정에서 검기를 사용했으니 그와 차별화할 수 있게 검강(劍罡)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검강이라는 건 무협 세계관에서 강철 따위도 숭숭 베어버리는 엄청난 기술이기에 초절정도 몇 번 사용하고 나면 진기가 다 빠져버린다고 표현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검강>>>>>검기 압도적 차이를 내기 때문에 절정은 절대 초절정을 이길 수 없는 설정을 가진 무협지도 존재합니다. 검강은 검기를 무참히 파괴해버리니 절정에 이른 고수들은 초절정과 손속을 나뉘면 일격에 격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파워 밸런스가 어긋나기에 검강은 한 번, 두 번 사용하면 탈진한다는 설정을 넣기도 합니다.
물론, 검강을 사용하지 못하고 절정보다 검기를 더 빠르게 발현하고, 검막이나 기막 따위를 두를 수 있는 경지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6.화경化境
화경의 경지는 초절정을 뛰어넘은, 이제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를 통칭합니다. 초절정에서 겨우 검강 한 번 휘두르는 게 고작이었다면, 화경은 검강을 “검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습니다. 그렇기에 절정 따위는 감히 상대도 안 됩니다. 거기에 보통 화경의 경지에 이르면 “반로환동”이나 “환골탈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육신 또한 전성기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묵향이라는 소설에서 화경의 경지는 삼황오제라 불리는 최고 고수들만이 오르는 지고한 경지입니다. 무림인들의 숫자가 해변의 모래알보다 많다는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위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무협이 아니라 거의 판타지 수준에 필적할 수준의 위력을 내기도 합니다.
검강을 구슬 형태로 만들어서 방출한다든지, 외부의 도구를 움직인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7.현경玄境
현경의 경지는 화경 다음의 경지로 절정-> 초절정에서 넘어갈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여기서는 극중 설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미 검강이라는 초월적인 힘을 마구잡이로 발현할 단계는 지났기에 화경보다 더 섬세하고 파괴적인 검강을 다룰 수 있는 수준입니다.
화경의 경지가 검강을 구슬로 방출하는 게 고작 한 개 정도라면.
현경의 경지는 구슬 수십 개를 한 번에 방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겁니다. 보통 무협지에서는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 천하제일의 고수라 불릴 때도 많으며, 화경의 고수가 두 명 이상이 모여야 겨우 상대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물론, 파워 인플레가 심화된 무협지의 경우에는 현경보다 더 높은 경지도 존재합니다.
8.생사경生死境
생사경은 생과 사의 경지를 벗어난, 즉 무공의 한계를 벗어난 경지라 생각하면 됩니다. 현경이 고작해야 검강을 마구 발현하고, 이기어검을 마구잡이로 펼친다면, 생사경은 마음만으로 검을 뽑아 상대를 베어버리는 초월적인 경지, 즉 신선(神仙)의 경지에 올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초월적인 경지이기에 사실 무협지에선 완결 수준에나 거의 나오고, 아예 등장하지 않고 꿈의 경지로만 남아 있는 경지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어떤 소설에서는 생사경을 이룩하면 상단전을 개방하여, 등선의 경지에 올라 속세에서 강제로 빠져나간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 경지에 올랐다면 속세의 욕망 따위는 버릴 수 있는 수준에 올랐기에, 사실 무협 세계에서도 번외로 취급되기도 합니다.